난 사진에 글(캡션)이 많이 들어갈수록
(포토에세이가 아닌 이상)
사진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
매우 형이상학적인 관념이나 깊숙한 내면의 통찰을 형상화하여
관람객이 작품에 선뜻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최소한의 키워드만을 제시하여 작품-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이해와 소통을
돕는 정도로 그쳐야 할 것이다
수수께끼같은 단서 몇가지 정도
그러나 이러한 점을 악용해서 아무렇게나 눈길 가는 데로 찍고
그럴듯한 제목 떠오르는 거 아무거나 붙이는 자기 만족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건 자신과 관객을 속이는 일이다
특히 형상화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형이상학적인 추상에 가까울수록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매우 힘들다
괜찮게 나온 거 같긴한데 그냥 버리기도 아깝고 어떻게든지 살려보고는 싶고 누구한테는 좀 보여줘야 억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 같은 미련은 누구나 다 있다
나도 그렇고
사진에 말이 많을수록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며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진의 완성도를 조금이나마 누더기로 얼기설기 덮어보려는
어설픈 시도에 가깝다
사진이 보여주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고
작가의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정서가
관객의 가슴에 확 다가오는 작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내가
내가
이런 말 할 처지가...-_-;;;
오늘도 나는 사진을 말로 찍고 다니는 구낭ㅋㅋ
ps.암튼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관객의 문화적 소양도 작가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술은 몇몇 이름 난 작가들만의 칵테일 파티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적 성숙도와 고양된 시민의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