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2012. 9. 14. 01:15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탐색을 위해 심해에 잠수하는 일과 비슷하다

끝을 알 수 없이 뻗어있는 칠흑같은 바다 속에서 의지해야 할 것은 오직 제한된 산소뿐

해상과 철저히 차단돼 있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한계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인식한다.

머릿 속엔 오직 완수해야 할 임무만 그려진다.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틈이 없다. 한 숨의 산소도 낭비해선 안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한다. 

집중은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적 조건을 극명하게 깨닫는 지점에서 비로소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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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2012. 3. 29. 01:22

비현실적인 이미지더라도 현실의 가장 날카로운 부분을 대범하게 건드리는 게 있는 반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되려 현실을 더 왜곡하는 것도 있다. 

삶의 진실을 밝히는데 있어서

이미지가 현실적이어야 하느냐 비현실적이어야 하느냐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겉표면만 보고 그 속의 나열된 이미지들의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면

사실상 '이미지맹'에 다름 아니다.

Posted by TheHobbit™
Essays2012. 3. 22. 23:50
남편에게 있어 집안일은 어쩌면 속죄를 치르는 의식일 수 있다.

그냥... 그런 거 같다.

꼭지에 흐르는 수돗물엔 속죄의 피가 섞여있을 지도 모른다.
Posted by TheHobbit™
Essays2012. 3. 20. 23:48
대부분의 사람이 조언을 듣겠다며 누군가를 찾으러 온다.

하지만 그 조언대로 삶을 바꿔보려는 노력은 거의 하질 않는다.

언제나 핵심적인 순간에선 그때 들었던 조언보단 자기가 늘 문제삼았던 자기 자신의 그 판단에 몸을 맡긴다. 

조언을 구하러 사람을 만나겠다는 건 명목에 불과하고

실상은 자신의 사정에 공감해달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게 본심이 아닐까.

조언을 구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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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Hobbit™
Essays2012. 3. 17. 20:45
상대방으로 부터 지적을 당할 때 얼마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비판의 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순간이야말로 나의 의식을 내 등 뒤로 한발자국 성큼 물러서게 해
비판의 내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삼아야 하지 않을까.

주관적 판단이야 100%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이 기회에 상대방이 말하는 자신은 한 구석이라도 살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 자존감이 낮다면 이에 대한 반작용내지 반발로 감정이 사납게 반응하게 돼 있다. 비판을 비판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이를 자신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폄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굳이 자존감을 갖다대지 않아도 대부분 그렇게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머리 속에선 온갖 반박의 근거를 찾으려고 부산스럽게 머리를 굴린다. 그리고 내 폐는 온갖 섭섭함으로 담배 연기처럼 내 폐를 퍽퍽 채운다. 담배라고 2,500원 짜리 구름 과자만 있는 줄 아는가 오늘도 옥상에선 사내들의 무색 무취한 담배 연기가 진동을 한다. 

이제 점심 먹고 내 앞에 서 있는 상사는 오후의 적이 된다. 아주 꼴뵈기 싫다.

그렇게 이를 갈고
죄없는 책상 쪼인트는 광낸 뾰족구두코로 한번 찍어주고
남들 보란듯 와이셔츠에 매달린 넥타이는 주먹으로 꽉 움켜쥐고
좌우로 한번 거치게 흔들어 주고
의자가 놀랠 정도로 자기 침대마냥 몸을 던진다.
아 안경을 끼고 있다면
렌즈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던져놓고
물없는 세수를 한다. 근데 세수는 했는데
얼굴은 더 붉다.

나 좀 알아달라고
나 너무 억울하다고
근데 대놓고 말은 못 꺼내니 그렇게라도 해야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은 김대리님, 건너편에 모니터 들여다보는 박팀장님이 
조금이라도 눈을 흘깃할 것을 바라는 거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는

내가 잘 났다는 거다. 
난 잘 했는데 상대방이 몰라준다는 거다.
모든 책임은 저 지지리 안목 없는 상사한테 죄다 뒤집어 씌운다.
화풀이는 상사로부터 시작해서
회장님의 경영철학에 절정을 이루고
마지막으로 선진국의 미담사례들에 훨씬 뒤쳐진 
이 사회의 경영 시스템까지 거들먹대는
사설 주필이 된다.

그렇게 내 자존감은 지켜졌다고
오늘의 주적을 분명히 규정했기에 나는 이렇게 존재했노라 자위한다.

날 보기가 이렇게 힘들다.
거울은 밥 먹듯이 보면서
왁스발이 평소보다 1mm 오차가 난 건 대번에 아는데
내 속에 뒤틀린 이놈 아저씨는 도대체 어디 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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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2012. 3. 14. 02:18
요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성향을 보여주는 앱 서비스가 나름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하루에도 4~5개의 성향 분석결과가 타임라인에서 꾸준히 노출되고 있다.

그간 나도 호기심에 이런 저런 앱들을 돌려 나온 결과를 포스팅하기도 했다.

내가 살게 될 집의 형태라든지(다리 밑) 

자신이 받게 될 가장 최고의 선물(종이 전투 비행기)이라든지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그래프 곡선(안 함)이라든가 

이름 석자에 담긴 의미 따위(외향적이다)

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품평(당신이 없었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웠을 것)까지.





그런데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너도 나도 올리는 앱 분석 결과를 보면 

하나같이 정상(?)인 것들이 거의 없다.

분석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이런 앱들이 작동하는 원리가 타임라인에 낱낱이 기록된 이용자들의 글과 사진에 기반하는 것이 아닌

그저 개발자가 미리 정해놓은 결과 중 아무거나 하나 무작위로 고르게 하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럴거다.
(분석중이란 status 애니메이션은 그냥 일종의 눈속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단 비주얼이라도 그럴듯하게 보여야지) 

하지만 난 이용자를 개떡같이 보는 앱들의 발칙하고 엉터리같은 작동원리엔 별 관심없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그런 앱들이 보여주는 '자기 스토리텔링 기능'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자신에 대해 무언가 할 얘기거리가 생겼다는 게 중요한 거다.

그렇다. 자기 스토리텔링 소스말이다.

이용자를 엿먹이는 황당한 결과가 능청맞게 스크린에 뿌려져도

일단 그 결과를 포스팅하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댓글 잔치가 벌어진다.

앱이 보여주는 결과가 자신의 성향과 얼마나 일치하는 지 여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엉뚱하고 재밌는 결과에 대해 페북 친구들이 댓글로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는 게 핵심인 거다. 

오히려 결과가 황당하고 민망할수록, 망신살이 뻗칠수록, 심지어 실제 성향과 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 많은 페북 친구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댓글이 죽죽 달리면 이용자는 신이 난다. 자신의 이야기가 먹힌 탓이다.

자신의 망가진 이미지를 되려 자랑스럽게 드러내도 이용자 스스로가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생겼다는데 오는 일종의 기쁨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거리가 생기면 발언하는 게 정상이다. 

그걸로 자신의 타임라인이 조금이나마 풍성해졌다면 이용자들은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현대인은 입이 고프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자신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A4 용지 한장 주면 글쎄, 한페이지라도 채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밑천이 없어서다. 대한민국 사람은 태어나면서 하도 남들 따라하는대로 정신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통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그렇게 많이 갖질 못했다.

악착같이 살아서 결국 물질적 사회적 지위는 남 부럽지 않게 성취했을 진 몰라도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내 정체는 누구인지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만거다. 

그냥 남들이 사회에서 불러주는 여러 타이틀에 의지해서 그때 그때 땜빵하듯 정의할 뿐 심각하게 자신을 성찰해본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이거다.

그러니 자신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고픈 주둥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억지 끼워맞추기 같지만 이런 앱들이 등장한 배경에는 단순히 재미와 참여에 대한 욕구도 있지만 자기 이야기를 하고픈 현대인의 심리도 일부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설령 저런 앱들이 엉터리 점괘같은 돌팔이 진단을 내려도 일단 그거로라도 나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거다. 물론 나 스스로를 꿰뚫어보는 건강한 성찰과는 거리가 먼 아스피린 같은 거지만.






뭘 그렇게 어렵게 썼어요. 그냥 재미로 해봤어요 라고 말하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래도 A4 용지 한장 채울 이야기도 없는 싱거운 현대인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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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2012. 3. 7. 09:11
이따금씩 모나미 153볼펜이 지리는 똥을 물끄러미 볼때면

내 평소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그나마 볼펜이 싸는 똥에선 단순히 잉크 냄새만 나고 그치지 않는가

사람이 입으로 싸는 똥보다 훨씬 깨끗하다


By the hobbit™
Posted by TheHobbit™
Essays2012. 3. 6. 00:06





찬 기운이 낯선 손님 얼굴을 덮었다

내 목소리는 금새 깨알같은 우박이 되어 

손님 발치에 산산이 부서졌다

찬 기운이 손님을 어디론가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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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2012. 2. 23. 16:49
창작사진은

광고사진처럼

사전에 치밀하고 기획하고 철저한 검토를 거듭해 촬영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내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광경이

조금이라도 내 시각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싶으면

... 일단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구석구석 눈길을 주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의미가 떠오르는지 닥치는 대로 생각해보고

그렇게 내 머리에 떨어지는 결과물들을 어떻게 사각의 프레임으로 담아낼 지 궁리한 끝에

비로소 셔터를 누를 때가 많다

적어도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나같은 쌩짜배기한테는 더욱 그러하다

어떨 때는 이런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그걸 직관이라고 하나 암튼... 굉장히 드물다

그럴 여유조차 없고 바쁜 걸음의 재촉에 경황이 없을 땐

일단 눈에 자꾸 걸리는 부분을 찍어라도 보고 집에와서 하나 하나 보면서 결정한다

거창하게 작품활동이라고 할 구석은 전혀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짓을 보면

굳이 작품을 건지려고 찬 거리를 하염없이 헤매기보단

사진 찍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내 가던 길을 부지런히 갈 때

뜬금없이 우연이란 놈이 골목 저편에서 다가와 선뜻 선물을 건넨다

일단 선물은 받는다

선물이니까

때론 주위의 시선에 애써 우연의 호의를 애써 무시하고 못 본체 지나치기도 한다 쪽팔리자나

근데 설령 선물은 받았다쳐도 그 포장은 그대로 놔둔 채
안에 무슨 물건이 들었겠거니 어림짐작만 하고 만족하기도 한다

이 우연이란 녀석의 선물은 포장을 뜯기 아주 힘들게 장난을 쳐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번 힘써 뜯다가 제풀에 지쳐 그냥 내친 적도 많다

그 포장은 생각이 깊을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좀 더 수월하게 풀리는 아주 신비하면서도 지랄같은 거다

그래도 난 우연이 건네는 선물이 참 좋다 그리고 고맙다

우연은 모든 사진가들의 친구다

광고를 업으로 삼는 모든 기획자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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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2012. 2. 22. 10:19

난 사진에 글(캡션)이 많이 들어갈수록

(포토에세이가 아닌 이상)

사진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
매우 형이상학적인 관념이나 깊숙한 내면의 통찰을 형상화하여

관람객이 작품에 선뜻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최소한의 키워드만을 제시하여 작품-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이해와 소통을

돕는 정도로 그쳐야 할 것이다

수수께끼같은 단서 몇가지 정도

그러나 이러한 점을 악용해서 아무렇게나 눈길 가는 데로 찍고

그럴듯한 제목 떠오르는 거 아무거나 붙이는 자기 만족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건 자신과 관객을 속이는 일이다

특히 형상화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형이상학적인 추상에 가까울수록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매우 힘들다

괜찮게 나온 거 같긴한데 그냥 버리기도 아깝고 어떻게든지 살려보고는 싶고 누구한테는 좀 보여줘야 억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 같은 미련은 누구나 다 있다

나도 그렇고

사진에 말이 많을수록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며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진의 완성도를 조금이나마 누더기로 얼기설기 덮어보려는

어설픈 시도에 가깝다

사진이 보여주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고

작가의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정서가

관객의 가슴에 확 다가오는 작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내가

내가

이런 말 할 처지가...-_-;;;

오늘도 나는 사진을 말로 찍고 다니는 구낭ㅋㅋ

ps.암튼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관객의 문화적 소양도 작가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술은 몇몇 이름 난 작가들만의 칵테일 파티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적 성숙도와 고양된 시민의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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