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2012. 3. 17. 20:45
상대방으로 부터 지적을 당할 때 얼마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비판의 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순간이야말로 나의 의식을 내 등 뒤로 한발자국 성큼 물러서게 해
비판의 내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삼아야 하지 않을까.

주관적 판단이야 100%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이 기회에 상대방이 말하는 자신은 한 구석이라도 살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 자존감이 낮다면 이에 대한 반작용내지 반발로 감정이 사납게 반응하게 돼 있다. 비판을 비판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이를 자신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폄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굳이 자존감을 갖다대지 않아도 대부분 그렇게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머리 속에선 온갖 반박의 근거를 찾으려고 부산스럽게 머리를 굴린다. 그리고 내 폐는 온갖 섭섭함으로 담배 연기처럼 내 폐를 퍽퍽 채운다. 담배라고 2,500원 짜리 구름 과자만 있는 줄 아는가 오늘도 옥상에선 사내들의 무색 무취한 담배 연기가 진동을 한다. 

이제 점심 먹고 내 앞에 서 있는 상사는 오후의 적이 된다. 아주 꼴뵈기 싫다.

그렇게 이를 갈고
죄없는 책상 쪼인트는 광낸 뾰족구두코로 한번 찍어주고
남들 보란듯 와이셔츠에 매달린 넥타이는 주먹으로 꽉 움켜쥐고
좌우로 한번 거치게 흔들어 주고
의자가 놀랠 정도로 자기 침대마냥 몸을 던진다.
아 안경을 끼고 있다면
렌즈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던져놓고
물없는 세수를 한다. 근데 세수는 했는데
얼굴은 더 붉다.

나 좀 알아달라고
나 너무 억울하다고
근데 대놓고 말은 못 꺼내니 그렇게라도 해야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은 김대리님, 건너편에 모니터 들여다보는 박팀장님이 
조금이라도 눈을 흘깃할 것을 바라는 거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는

내가 잘 났다는 거다. 
난 잘 했는데 상대방이 몰라준다는 거다.
모든 책임은 저 지지리 안목 없는 상사한테 죄다 뒤집어 씌운다.
화풀이는 상사로부터 시작해서
회장님의 경영철학에 절정을 이루고
마지막으로 선진국의 미담사례들에 훨씬 뒤쳐진 
이 사회의 경영 시스템까지 거들먹대는
사설 주필이 된다.

그렇게 내 자존감은 지켜졌다고
오늘의 주적을 분명히 규정했기에 나는 이렇게 존재했노라 자위한다.

날 보기가 이렇게 힘들다.
거울은 밥 먹듯이 보면서
왁스발이 평소보다 1mm 오차가 난 건 대번에 아는데
내 속에 뒤틀린 이놈 아저씨는 도대체 어디 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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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Ho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