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라고 하늘에만 내리는 줄 아나
사람 마음에도 눈이 내려
슬픔의 눈 후회의 눈 아쉬움의 눈이
...
한데 섞여 어지럽게 제 마음 밭 위로 소복이 쌓이지
..
근데 신기하지 마음에 내리는 눈은 하늘에 내리는 것처럼
태양이 떠오르면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데
이 녹는 꼴이 어쩜 그렇게 하늘 눈과 같아서
쌓인 땅이 단정하게 차려입고
눈님 어서옵셔 여기 상석에 앉으시오 대접을 융숭하게 해주면
녹아지는 모습도 그렇게 이쁘고 고울 수가 없어
얌전하게 성낸 자취도 없이 덕담 한마디 건네주고
깨끗이 제 왔던 데로 미소 머금고 돌아가지
..
헌데 눈 부라리고 저 병신새끼는 왜 또 오고 지랄여
바가지에 똥물 퍼담아 하늘 눈 손님 면상에 찍 갈기면
먼데서 온 길손은 온갖 똥물과 흙탕물을 지린 도포자락
툴툴 털면서 절뚝걸음으로 쭈뼛쭈뼛 올라간다고
길바닥엔 제 집주인이 끼얹은 똥물이 어지럽게 날리는 길바닥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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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추워지면 어김없이 눈 손님이 찾아와
슬픔의 눈 후회의 눈 아쉬움의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