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2012. 2. 23. 16:49
창작사진은

광고사진처럼

사전에 치밀하고 기획하고 철저한 검토를 거듭해 촬영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내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광경이

조금이라도 내 시각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싶으면

... 일단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구석구석 눈길을 주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의미가 떠오르는지 닥치는 대로 생각해보고

그렇게 내 머리에 떨어지는 결과물들을 어떻게 사각의 프레임으로 담아낼 지 궁리한 끝에

비로소 셔터를 누를 때가 많다

적어도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나같은 쌩짜배기한테는 더욱 그러하다

어떨 때는 이런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지기도 한다

그걸 직관이라고 하나 암튼... 굉장히 드물다

그럴 여유조차 없고 바쁜 걸음의 재촉에 경황이 없을 땐

일단 눈에 자꾸 걸리는 부분을 찍어라도 보고 집에와서 하나 하나 보면서 결정한다

거창하게 작품활동이라고 할 구석은 전혀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짓을 보면

굳이 작품을 건지려고 찬 거리를 하염없이 헤매기보단

사진 찍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내 가던 길을 부지런히 갈 때

뜬금없이 우연이란 놈이 골목 저편에서 다가와 선뜻 선물을 건넨다

일단 선물은 받는다

선물이니까

때론 주위의 시선에 애써 우연의 호의를 애써 무시하고 못 본체 지나치기도 한다 쪽팔리자나

근데 설령 선물은 받았다쳐도 그 포장은 그대로 놔둔 채
안에 무슨 물건이 들었겠거니 어림짐작만 하고 만족하기도 한다

이 우연이란 녀석의 선물은 포장을 뜯기 아주 힘들게 장난을 쳐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번 힘써 뜯다가 제풀에 지쳐 그냥 내친 적도 많다

그 포장은 생각이 깊을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좀 더 수월하게 풀리는 아주 신비하면서도 지랄같은 거다

그래도 난 우연이 건네는 선물이 참 좋다 그리고 고맙다

우연은 모든 사진가들의 친구다

광고를 업으로 삼는 모든 기획자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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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Hobbit™
Life2012. 2. 22. 14:08












오늘은 졸업식이 있던 날

이렇게 학교에 인파가 몰렸던 적은 입학하고나서 처음 보는 듯하다

난생 처음 보는 대학 졸업식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 (원래 방학 중에 학교를 가본 적이 없었으니 게다가 난 검정고시 출신이라
고교 졸업식도 안 가봤다)

학교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쪽으로 난 길음역입구에서부터 학교 정문 앞에 즐비하게 늘어 서 양 손에 쥔 꽃다발을 쳐들며 흔드는 아줌마들

부모님께 학사모를 씌위드리고 가족,친척,친구들과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는 졸업생이자 이제는 사회초년생인 어깨 사이를

열심히 누비고 다니는 사진기사 아저씨들
(요새도 이런 분들이 계시는구나 분명 오두막에 85mm렸다)

저 민주광장 쪽에는 학사모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솟았다가 다시 훅하고 떨어진다 함성소리가 저만치 들려온다

점심 먹으러 식당을 오고 가는 도중에 검은 물결이 만들어내는 생경한 풍경에
사정없이 이리 저리 치이다가

문득 올 8월에 졸업할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난 아직도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내가 대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무지

그냥 난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에 불과하지 대학생은 아닌 듯 하다

인터넷에서 주민번호를 누르고 대학 합격 통지 축하메시지를 분명히 내눈으로 똑똑히 보고

그것도 모자라 내 지갑엔 내 증명사진이 붙어있는 학생증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골라잡고 카운터에 가 학생증을 내밀면 2주동안의 대출기간이 쩔렁하고 떨어지는데도

사람들이 날더러 대학생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글쎄올시다

나도 내입으로 나 학생이다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왠지 공갈치고 다니는 거 같고

아마 졸업할 때도 그렇게 생각할 거 같다

아님 우리 엄마한테 학사모 씌워드릴 순간에서야 비로소 느끼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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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Hobbit™
Essays2012. 2. 22. 10:19

난 사진에 글(캡션)이 많이 들어갈수록

(포토에세이가 아닌 이상)

사진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
매우 형이상학적인 관념이나 깊숙한 내면의 통찰을 형상화하여

관람객이 작품에 선뜻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최소한의 키워드만을 제시하여 작품-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이해와 소통을

돕는 정도로 그쳐야 할 것이다

수수께끼같은 단서 몇가지 정도

그러나 이러한 점을 악용해서 아무렇게나 눈길 가는 데로 찍고

그럴듯한 제목 떠오르는 거 아무거나 붙이는 자기 만족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건 자신과 관객을 속이는 일이다

특히 형상화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형이상학적인 추상에 가까울수록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매우 힘들다

괜찮게 나온 거 같긴한데 그냥 버리기도 아깝고 어떻게든지 살려보고는 싶고 누구한테는 좀 보여줘야 억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 같은 미련은 누구나 다 있다

나도 그렇고

사진에 말이 많을수록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며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진의 완성도를 조금이나마 누더기로 얼기설기 덮어보려는

어설픈 시도에 가깝다

사진이 보여주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고

작가의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정서가

관객의 가슴에 확 다가오는 작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내가

내가

이런 말 할 처지가...-_-;;;

오늘도 나는 사진을 말로 찍고 다니는 구낭ㅋㅋ

ps.암튼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화해낼 수 있는 관객의 문화적 소양도 작가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술은 몇몇 이름 난 작가들만의 칵테일 파티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적 성숙도와 고양된 시민의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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